웹소설학개론/웹소설 기초

3. <사람들은 왜 웹소설에 열광할까?>

더파랑 2025. 5. 28. 19:21

 

스마트폰을 켜고 스크롤을 내리면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누구는 회귀하고, 누구는 헌터가 되며, 누구는 악역으로 환생합니다.
이처럼 웹소설은 우리 일상 속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서사이자,
현대인의 욕망과 환상을 비추는 거울 같은 콘텐츠입니다.
 
 

 
 

1. 왜 사람들은 웹소설을 ‘읽는가’?

 
현대인은 바쁩니다. 긴 글을 읽을 여유가 없는 시대입니다. 실제로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은 32.3%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1년 조사 대비 8.4% 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웹소설은 현대인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 들었습니다. 웹소설은 5,000자 내외의 짧은 회차 구성으로 출퇴근 길, 점심시간 동안 등 자투리 시간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웹소설은 '직진형 감정 서사'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문학적 수사나 묘사를 넘어, 누가 이기고 누가 복수할 것인가에 집중하죠. 즉각적인 감정 이입, 대리만족,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이 구조는 독자에게 현실과는 다른 감정적 해방감을 줍니다.
 
또한 웹소설의 연재 구조는 기다림을 유도하며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클리프행어(화 끝의 위기 상황)를 통해 독자는 다음 화를 ‘기다리게’ 되고, 이러한 구조는 드라마와 같은 지속적 소비를 유도하는 힘이 됩니다.

 

2. 왜 사람들은 웹소설을 ‘쓰는가’?

 
웹소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웹소설을 공급하는 측, 즉 작가들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작가들은 웹소설을 쓰려고 할까요? 우선 웹소설 플랫폼은 문턱이 낮습니다. 문피아, 조아라, 네이버 시리즈 등의 플랫폼에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연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웹소설을 ‘쓰기 쉬운 글쓰기’로 만듭니다.
 
특히 웹소설은 '실시간 서사'에 가깝습니다. 하루 한 편, 혹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연재하는 방식으로 작가는 글을 완벽히 다듬기보다, 독자 반응을 보며 유연하게 수정해 갑니다.
 
수익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유료화 회차 판매, 정액제 구독, 광고, 후원 시스템, 종이책 출판, 오디오북, 드라마/웹툰화 등 웹소설 작가는 다양한 수익 루트를 가질 수 있으며, 상위 작가의 경우 연 수입이 억 단위를 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 웹소설은 ‘내 머릿속의 세계’를 타인과 나눌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야기를 쓰고, 누군가 읽고, 댓글을 남기고, 팬아트를 그리고, 후원을 보내며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서사적 연결’이 형성됩니다.
 
 

3. 웹소설의 '클래식'

 
 

웹소설이 지금까지 오면서 웹소설의‘장르의 문법’을 세우고, 후속 작품의 서사 구조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작품들이 웹소설 장르에서 ‘클래식’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르적 규범을 만들었거나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선구적 작품들이기 때문이죠. 이들은 단지 인기가 많았던 것을 넘어, 이후 유사 장르의 서사 구조·캐릭터 클리셰·연재 형식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웹소설 역사에서의 ‘기준작’으로 평가됩니다.

 
아래는 장르별로 대표적인 ‘웹소설의 클래식’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 1. 헌터물: 《나 혼자만 레벨업》 – 추공

  • 출판연도: 2016년 (카카오페이지 연재 시작)
  • 의의: ‘헌터물 + 게임 시스템’이라는 공식의 대중화를 이끈 대표작
  • 영향력: 웹툰화(전 세계 10개 언어 이상 번역), 애니메이션, 글로벌 판권 판매
  • 클리셰 창출: ‘던전’, ‘게이트’, ‘성장하는 시스템’, ‘고독한 주인공’
  • 시장 영향: 이후 수백 편의 ‘헌터물’과 ‘시스템 판타지’가 유입되는 계기 제공

 


 

📘 2. 회귀물: 《화산귀환》 – 비가

  • 출판연도: 2020년 (문피아 연재 시작)
  • 의의: 무협+회귀 장르의 결합이라는 신개념 장르 구축
  • 영향력: 장년 독자층까지 흡수하며 무협 장르의 제2의 전성기 견인
  • 클리셰 창출: ‘몰락한 문파’, ‘천하제일인 회귀’, ‘후계자 키우기’
  • 시장 영향: 회귀무협, 회귀무공물 장르가 대세 장르로 자리 잡는 계기

 


 

📘 3. 메타서사/현대 판타지: 《전지적 독자 시점》 – 싱숑

  • 출판연도: 2018년 (문피아 연재)
  • 의의: 독자-작가-서사 구조 자체를 소재화한 ‘메타 서사’의 대표작
  • 영향력: 웹툰화 후 세계적인 인기, K-판타지의 서사적 가능성 확장
  • 클리셰 창출: ‘완독한 독자=지식이 있는 주인공’, ‘멸망한 세계에서 유일한 정보 보유자’
  • 시장 영향: 판타지 장르 내에서 ‘지식 기반 생존물’ 붐 촉발

 


 

📘 4. 로맨스 판타지: 《그 악녀를 조심하세요》 – 솜솜

  • 출판연도: 2018년 (카카오페이지)
  • 의의: 여성향 로판 ‘빙의+악역+회귀’ 클리셰 정립작
  • 영향력: 로판 장르 폭발적 성장, 이후 ‘악녀물’ 붐 촉발
  • 클리셰 창출: ‘소설 속 세계’, ‘죽는 운명의 악역 여주’, ‘황태자·기사단장 로맨스’
  • 시장 영향: 로판의 대중화, 여성향 웹소설 시장의 본격 팽창

 


 

📘 5. 게임 판타지: 《달빛조각사》 – 남희성

  • 출판연도: 2007년 (조아라 → 출판)
  • 의의: 게임 세계관 기반의 성장형 소설의 원형
  • 영향력: 약 10년간 롱런하며 ‘게임판타지’라는 장르 개념을 고정
  • 클리셰 창출: ‘장인의 직업’, ‘무가치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능력’, ‘재능보단 노력’
  • 시장 영향: 현실+게임 세계 구조를 결합한 판타지물의 붐 조성

 


 

📘 6. 현대 재벌물: 《재벌집 막내아들》 – 산경

  • 출판연도: 2017년 (문피아)
  • 의의: 현대물 회귀+재벌+성장+복수 구조의 집대성
  • 영향력: 드라마화 후 글로벌 흥행 (JTBC·Disney+ 방영)
  • 클리셰 창출: ‘회귀 후 경영권 장악’, ‘유산 상속 전쟁’, ‘전생의 기억을 활용한 미래 개척’
  • 시장 영향: 현대 판타지물의 수요 확대, ‘회귀한 사내’ 시리즈 대유행

 

 

✍️ 마무리하며

오늘은 사람들이 왜 웹소설을 일고, 쓰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웹소설은 이제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시대적 서사 체계'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채울 수 없는 감정과 판타지를 읽고, 자신만의 상상을 공유하기 위해 씁니다. 그 서사 속에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웹소설과 전통문학, 그리고 웹툰 각각의 성격들을 비교하며 분석해 보겠습니다.